'Rule of thumb'의 유래
우선 이 'rule of thumb'라는 표현은 100% 확실한 유래는 정해지지 않은 표현이다.
하지만 가장 널리 통용되는 유래는 '옛날에는 '엄지손가락(thumb)'을 갖고 무언가의 길이 등을 대략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나온, 즉 '무언가를 측정하거나 계산할 때, 비록 과학적/수학적으로 완벽히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쌓인 경험(데이터)으로 미루어 보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방법' 정도의 의미이다.
근데 어째 정의가 좀 길다.
그리고 이 표현은 개인적으로 영어에서 싫어하는 몇몇 표현들 중 하나다.
그 이유는 이 표현이 영어에서는, 특히 일상생활보다는 문어체에서 꽤나 많이 보이는 표현인데,
어찌어찌 우리말로 해석은 분명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100% 딱 맞아 떨어지기가 뭔가 애매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영어에서 한국어로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지언정,
원어민이 아닌 입장에서 말하거나 쓸 때는 이 'rule of thumb'를 거리낌 없이 쓰기에는 솔직히 봐도 봐도
그 느낌이 제대로 와닿지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칠레라는 나라의 생소한 원주민들이 쓰는 단어 중, 특이한 이유로 유명한 단어인 'Mamihlapinatapais'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단어인데, '뜻이 가장 긴 단어이자, 그와 동시에 가장 많고 복잡한 개념을 딱 한 단어로 축약한, 가장 간명한 단어'로 등재된 단어이다.
이 단어의 뜻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굳이 스스로 하고 싶지는 않은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자원하여 해 주기를 바라는,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하면서도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이라고 한다. 진짜 뜻이 길고, 위 뜻보다 설명을 딱히 더 짧게 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 그거구나' 하고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개념일 것이다.
즉 분명 사람이면 똑같이 느낄 수 있는 동일한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이 지역 사람들 언어로는 한 단어로 간단하게 표현이 가능한 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위와 같이 설명이 장황해지는 것이다. 그에 해당하는 똑같이 짧은 단어를 새로 만들지 않는 한 말이다.
이 얘기를 왜 한 것이냐면, 'rule of thumb'라는 영어 표현도 위와 마찬가지로, 영어로는 매우 간단하게 쓰일 수 있는 표현일지 몰라도 한국어로는 그렇게 쉽게 간단하게 나타내기가 꽤나 힘든 표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그 어려움의 정도는 물론 위의 예시 단어보다는 덜 하겠지만 말이다).
우선 이 표현의 사전적 의미를 한 번 보자.
Rule of thumb의 사전 정의
한국어 정의
- 경험 법칙, 어림짐작(눈대중)
- 경험에 바탕을 둔 방법; 과학적인 방법보다 오히려 경험적인 방법에서 도출된 일반적인 수단이나 방침(재빨리 대략적인 셈을 하기 위해, 사람의 엄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에서)
영어 정의
- a method of doing something that is based on experience and common sense rather than exact calculation
- principle that is believed and followed and that is based on the way something usually happens or is done
- refers to a principle with broad application that is not intended to be strictly accurate or reliable for every situation. It refers to an easily learned and easily applied procedure or standard, based on practical experience rather than theroy.
역시나 정의가 이 모양이다.
영어 정의야 원래 한글 정의보다 설명이 복잡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니 그렇다 쳐도,
문제는 한국어 정의마저 이 단어의 본질은 이해가 갈지 몰라도, 그래서 정확히 '한 단어'로 로 뭐냐?라고 물으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그런 단어다.
'경험 법칙'? -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혹은 일상적으로 글을 쓰거나 할 때 '경험 법칙'이라는 말을 잘 쓰던가?
내가 봤을 때 이 표현은 학술적인 분야에서 무언가를 증명할 때나, 혹은 철학적인 내용을 다룰 때 정도는 되어야 나오는
단어이다. 단어가 어렵진 않을진 몰라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거 치고 영어에서는 'rule of thumb'라는 말이 꽤나 자주 나온다. 분야를 막론하고 말이다.
'어림짐작/눈대중'? - 이 둘은 그나마 'rule of thumb'의 해석에 가까운 편이고, 실제 우리말로도 어림짐작/눈대중이라는 표현은 꽤나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어림짐작/눈대중'이라는 표현을 영어로 옮기는 경우, '(rough) guess, guesswork, roughly, by(from) the look of ~' 등등의 표현을 응용해서 문장을 만드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본다. 즉, 'rule of thumb'를 해석할 때 '어림짐작/눈대중'으로 해석하는 것은 해석 자체를 위해서는 괜찮은 방법이긴 할지 몰라도, 역으로 '어림짐작/눈대중'을 영어로 옮기려 할 때에 무작정 'rule of thumb'를 적용하면 좀 어색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rule of thumb'라는 표현에는 '경험에 의한'이라는 개념이 기본적으로 나타나는데, 막연히 어림짐작/눈대중이라고
표현할 경우, 그 느낌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 'rule of thumb'에 대한 가장 좋은 정의는 아이러니하게도, 꽤나 장황한 정의인 '경험에 바탕을 둔 방법; 과학적인 방법보다 오히려 경험적인 방법에서 도출된 일반적인 수단이나 방침' - 이것이라고 본다.
예문
네이버에 올라온 여러 예문들을 한 번 보자.
그리고 이번에는 예문에 실린 번역도 모두 추가했다.
한 번 어떻게 해석됐는지, 그리고 자연스러운지 아닌지 한 번 보자.
- As a rule of thumb, you can expect a new alkaline battery to last about a year.
경험으로 보아, 새 알칼리 축전지는 약 1년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This is a good rule of thumb for cookies and cakes alike.
이것은 쿠키와 케이크에 똑같이 적용되는 경험에서 나온 법칙이다.
- I have a simple rule of thumb.
나는 간단한 경험상의 노하우가 있다.
- There is no rule of thumb to suit everybody.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출 수 있는 경험의 법칙은 없다.
- The general rule of thumb is that the higher the risk, the higher the potential reward.
일반 상식으로는 리스크가 클수록 자재적 보상 또한 크다.
- A rule of thumb for meetings should be quality not quantity.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회의는 양보단 질이어야 한다.
- You know, the first rule of thumb is, Don't overreact.
알다시피, 첫 번째 경험의 법칙은 과잉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야.
우선 위의 번역 중 일부는 사전 자체에서 나온 번역문, 일부는 일반인이 번역 참여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표현의 다양성은 보장이 된다고도 볼 수 있겠다.
보면 알겠지만, 표현이 정말 제각각이다. 경험으로 보아, 경험상의 노하우, 경험의 법칙, 일반 상식 등등..
'경험상의 노하우', '일반 상식'이 있는 번역문의 경우(3번째, 5번째) 개인적으로 꽤나 잘 한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무작정 '경험의 법칙' - 이 표현을 쓴 번역문은 솔직히 많이 어색하다고 본다.
즉, 'rule of thumb'에 대한 간단한 정의로 '경험(의) 법칙'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막 그렇게 해석을 하면 분명 우리말로는 어색한 경우가 상당수 생기는데, 위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결론
그러면 이 표현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1:1로 깔끔하게, 그리고 일맥상통하게 해석이 가능할까?
솔직히 말하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좀 엉뚱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rule of thumb'라는 표현을 한국인 입장에서 먼저 output(즉, 말하거나 쓰기)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 개념을 머릿속에는 집어넣고, input(듣기, 읽기)의 상황에서는 확실히 이해한다', 딱 여기까지를 목표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영어 표현이 어떤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꽤나 명확하다. 그 자체로는 헷갈릴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개념이 명확하다는 것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말로 깔끔하게, 예쁘게 딱 떨어지는 해석은 찾기 힘든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림짐작/눈대중/주먹구구' 정도 표현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나마 근접한' 표현일 뿐, 그리고 해당 표현들조차 반대로 영어로 표현할 때에는 'rule of thumb'보다 더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매우 자주 하는 말이지만, 아무리 인간이 느끼는 점이 비슷하고 언어가 웬만한 개념은 서로가 공유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 각 언어 간에 1:1로 완벽히 대응이 되지 않는 표현들은 수도 없이 많다.
대부분의 경우 문화의 차이, 역사의 차이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점은 그냥 기본 전제로 인정을 하고 가야 한다.
물론 그게 잘 안 되는 표현은 최대한 대응이 되도록 설명을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 경우 두 가지 문제 중 한 가지가 생긴다.
1) 간략한 단어로 표현은 가능하다. 하지만 개념이 원 뜻과 100% 상응하지 않는다.
2) 원 뜻과 100% 상응하게 표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경우 표현이 장황해진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말의 '정', '효도', '한' 등을 영어로 표현하려 해 보자.
분명히 위 두 가지 문제 중 한 개에 봉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이 'rule of thumb'도 영-한 번역에서는 이와 비슷한 경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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